‘폴고레’ 전기차, 최대 5만 달러 할인
내연기관은 그대로, 전기는 쌓여만 가
마세라티 ‘정체성 위기’ 목소리 커져
이탈리아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마세라티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라인업 ‘폴고레(Folgore)’에 대해 최대 5만 달러(약 7180만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혜택은 구입과 리스 모두에 적용된다.
할인이 적용된 모델은 전기 스포츠카 ‘그란투리스모 폴고레’와 ‘그란카브리오 폴고레’로, 각각 미국 기준 기본 가격이 20만 295달러(약 2억 8790만 원), 20만 9195달러(약 3억 70만 원) 수준이다. 할인 후에는 이들 모델이 더 이상 ‘익스클루시브’ 영역에 머물지 않게 되는 셈이다.
전기 SUV인 ‘그레칼레 폴고레’도 할인 대상에 포함됐다. 이 모델은 구매와 리스 모두 최대 2만 5천 달러(약 3590만 원)의 인센티브가 적용되며 리스 고객은 연 5.49%의 저금리 금융 옵션도 이용할 수 있다.
감성 없는 전기차, 쌓여가는 재고
그러나 이 같은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반응은 미미하다. 미국 내에서 폴고레 시리즈의 수요는 예상보다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딜러 매장에서는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
마세라티의 전기 스포츠카 폴고레는 세 개의 전기 모터를 통해 751마력, 996lb-ft(약 1,350Nm)의 토크를 발휘한다. 성능은 기존 내연기관을 압도하지만, 브랜드의 핵심 가치였던 ‘감성적인 엔진 사운드’가 사라지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한 내연기관 모델은 별다른 할인 없이도 일정 수준의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그란투리스모’와 ‘그란카브리오’의 내연기관 모델은 MC20에 탑재된 3.0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을 사용하며 별도 인센티브 없이 정가에 판매되고 있다.
전기 SUV인 ‘그레칼레 폴고레’ 역시 105kWh 배터리와 최고 출력 549마력, 최대 토크 82.4kg.m의 성능을 자랑하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유사한 성능의 내연기관 모델 ‘그레칼레 모데나’는 단 3천 달러(약 430만 원) 수준의 소폭 할인만 제공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수요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전략에 드리운 그림자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마세라티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5996대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으며, 특히 전기차 라인업의 판매 부진이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마세라티의 할인 전략이 단기적 재고 처리를 위한 고육지책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대규모 할인에 나서는 것은 브랜드 가치 희석이라는 위험을 동반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조차 최근 전기차 일변도 전략에서 한발 물러서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강화하는 조정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이번 할인 정책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엔 가솔린 모델을 사는 게 낫다”는 반응도 나온다.
마세라티가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감성과 정체성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7천만 원 할인’이라는 파격 조치도 결국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