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바이두와 협력 논의 본격화
국내 로보택시 시장 ‘경계경보’ 발동
중국 빅테크 바이두의 자율주행 택시 ‘아폴로 고’가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국내 진출을 모색하면서, 국내 자율주행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모빌리티가 대규모 서비스 실행을 위한 해법으로 바이두와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로보택시 기술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괴물 로보택시’ 아폴로 고, 국내 상륙 초읽기
바이두의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아폴로 고’는 현재 중국 우한에서만 1000대가량이 운행 중이며 올해 1월 기준 누적 탑승 건수가 500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시범운행 수준과 비교할 수 없는 실전 데이터이다. 아폴로 고는 이미 2022년 8월 구글 웨이모보다 앞서 운전석에 사람 없이 완전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를 이뤄낸 바 있다.
‘아폴로 고’가 구현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4’에 해당한다. 이는 차량이 특정 조건 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스스로 주행을 책임지는 수준으로, 기존 ‘레벨 2’나 ‘레벨 3’ 단계와는 기술적 격차가 크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택시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24시간 운영되고 있어, 상업성에서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간 국내 스타트업들과 시범운행을 진행해왔으나, 수백~수천 대 단위의 실전 운행이 가능한 ‘검증된 하드웨어’를 확보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수많은 실제 운행 데이터를 축적한 바이두는 매력적인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바이두-카카오, 이해관계 ‘정확히 맞아떨어져’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와 바이두의 주요 임원들이 최근 직접 만나 로보택시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측은 “여러 국내외 기업과 협력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는 양사 간 전략적 이해가 매우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서울시의 자율주행 운송 플랫폼 사업자로서 빠르게 실서비스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로보택시 인프라만으로는 대규모 운용이 어렵고, 협력 대상이던 국내 기업들과의 시범사업도 한계에 직면했다.
반면, 바이두는 미국의 강도 높은 규제로 인해 북미 진출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한국을 아시아 시장 확대의 핵심 거점이자 테스트베드로 판단하고 있다. 바이두의 기술력과 카카오의 플랫폼 역량이 맞물리며 양측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다.
‘메기’인가 ‘황소개구리’인가… 기술 종속 우려도 확산
아폴로 고의 국내 진출 가능성에 대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자의 등장은 국내 로보택시 시장의 상용화 속도를 앞당기고 기술 고도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동시에 ‘거대 메기’가 국내 기술 생태계를 뒤흔드는 ‘황소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바이두와의 협력이 성사될 경우, 그간 카카오와 파트너십을 논의해온 국내 스타트업들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직접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이는 민감한 사안이다. 현재 자체 로보택시 브랜드인 ‘모셔널’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인 가운데, 자국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이 외국 기술과 손을 잡는다면 시장 내 입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율주행 시스템이 확보하게 될 도로 주행 데이터와 시민 이동 정보가 해외로 이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일부에서는 기술 주권과 데이터 보안 측면에서 장기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협력 이상의 ‘방향키’… 자율주행 미래의 시험대
이번 바이두-카카오 협력설은 단순한 제휴 차원을 넘어, 한국 자율주행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할 중대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술 자립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우선할 것인지, 빠른 상용화와 글로벌 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성을 선택할 것인지, 업계는 저마다의 셈법 속에 무거운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