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리즈, S클래스 누르고 선두
법인차·소비층 변화가 변수로
국내 수입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수년간 독보적인 1위를 지켜왔던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가 처음으로 BMW 7시리즈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에서 BMW 7시리즈는 S클래스를 압도하며 순위가 뒤바뀌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5년 1~8월 기준 BMW 7시리즈는 전기차 모델인 i7을 포함해 총 3992대가 판매됐고, 벤츠 S클래스는 EQS를 포함해 2915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S클래스와 마이바흐를 모두 합친 수치(3336대)보다도 7시리즈 판매량이 더 많은 결과다.
이번 판매량 역전은 법인차 시장의 변화, 소비층의 세대 교체, 그리고 브랜드 평판의 격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판매량 격차 좁혀온 7시리즈, 드디어 ‘왕좌’ 차지
수년간 벤츠 S클래스는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확고한 1위를 지켜왔다.
2022년 기준 S클래스는 1만 1645대가 판매된 반면, 7시리즈는 2996대에 그쳤다. 2023년에도 S클래스 9414대, 7시리즈 3487대로 약 3배 가까운 격차가 유지됐다.
하지만 2024년 들어 상황은 반전됐다. S클래스 판매량이 4678대로 급감한 사이, 7시리즈는 4259대를 기록하며 격차를 급격히 줄였다.
특히 올 1~8월 판매량만 따지면 7시리즈가 3525대(S클래스 2886대)로 앞섰고, i7을 포함할 경우 3992대까지 치솟는다.
이번 판매 상승의 중심에는 ‘740i xDrive’ 모델이 있다. 이 차량은 올해 2041대가 팔리며 전체 7시리즈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전년 동기 대비 약 36% 증가했다. 디젤 모델인 ‘740d xDrive’도 같은 기간 39.9% 증가해 1182대가 팔렸다.
고급화된 사양도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롤스로이스급’으로 불리는 오토도어 기능 탑재와 함께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앞세운 7시리즈는 고급 세단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법인차 비중 감소와 소비층 변화가 판세 흔들어
플래그십 세단 시장의 지각변동에는 차량 구매 주체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정부가 고가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적용하면서 법인차 구매 비중이 줄어들었고, 그 여파가 판매량에 반영됐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연두색 번호판 제도 도입 전인 2023년 기준 7시리즈의 법인 구매 비중은 84.3%, S클래스는 81.9%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각각 72.8%, 70.2%로 약 11%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법인 비중 감소 폭은 비슷했지만, 원래 몸집이 컸던 S클래스가 받는 타격이 더 컸다는 분석이다.
또한 구매 연령층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7시리즈 구매자 중 40~50대 비중은 64%로, S클래스의 52%보다 높았다. 반대로 S클래스는 60대 이상 비중이 50%에 달해, 세대 간 소비 성향 차이가 판매량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브랜드 가치의 엇갈림… 벤츠 ‘소구력’ 흔들
BMW 7시리즈의 약진은 브랜드 전반의 전략 변화와도 맞물린다. BMW코리아는 2023년부터 벤츠코리아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역시 그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 세단뿐 아니라 SUV 라인업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BMW의 대형 모델군은 올해 1~8월까지 총 7750대가 판매돼, 전년 동기(6440대) 대비 크게 늘었다. 특히 대형 SUV ‘X7’은 3111대가 팔려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브랜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BMW는 칸 영화제 VIP 초청, 라이더컵 초대 등 ‘BMW 엑설런스 클럽’을 통해 고급 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경험 마케팅을 강화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대외 행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제고한 것도 한몫했다.
반면, 벤츠는 최근 전기차 모델의 화재 사고, 중국산 배터리 탑재 논란 등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다. 이와 함께 벤츠코리아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BMW 7시리즈의 이번 역전은 단순한 모델 간 판매 경쟁을 넘어, 브랜드 전략과 시장 환경, 소비자 심리의 복합적인 변화를 반영한 결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