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제주서 본격 시동
가성비 앞세워 체험형 전략 펼쳐
국내 업계, 긴장 속 대응 고심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중국의 BYD가 지난 6월 중순, 제주도 렌터카 시장에 전기 SUV ‘아토 3’를 본격 투입하면서 국내 전기차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BYD는 제주를 전진 기지 삼아 한국 시장 공략을 시작했고, 특히 중소 렌터카 업체를 통한 ‘가성비 체험’ 전략을 가동하며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 행보는 단순한 제품 유통을 넘어, 국내 소비자 인식 변화까지 겨냥한 정교한 접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체험’ 앞세운 중국 전기차, 조용한 침투 시작
하모니오토모빌은 지난 6월 18일, 제주공항렌트카와 협력해 ‘아토 3’의 국내 출고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제주도 전시장을 기반으로 렌터카 업체들과 손잡은 이번 전략은 기존 B2C 방식 대신, 자연스러운 시승 경험을 통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제주공항 인근의 한 렌터카 업체는 아토 3의 하루 대여료를 약 2만 5천 원으로 책정해 국산 전기차 아이오닉 5와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통풍 시트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이 포함돼 있어 ‘가성비’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모니오토모빌 황대갑 대표는 “제주는 관광객이 많아 제품 체험에 적합한 지역”이라며 “제품성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 반응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탄소 없는 섬’ 제주가 실험실 된 이유
BYD가 국내 진입의 첫 무대로 제주도를 선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제주도는 정부가 추진 중인 ‘탄소 없는 섬 2030’ 프로젝트에 따라 국내에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지역 중 하나다. 렌터카 등록 대수만 약 3만 대에 달하고, 이 대부분이 관광객 수요라는 점도 BYD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매력적인 조건이다.
실제로 BYD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도 차량 공유 플랫폼을 활용한 유사한 접근 방식을 사용해왔다.
우버(Uber)와 그랩(Grab) 등을 통해 다수의 이용자들이 차량을 직접 체험하게 하며 성능과 브랜드 신뢰를 구축한 바 있다. 제주에서 진행되는 이번 ‘렌터카 실험’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업계 긴장감 고조… 대형 렌터카는 ‘관망’
현재 아토 3는 롯데렌터카 등 대형 업체보다는 제주공항렌트카와 같은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공급되고 있다. 아직은 제한된 규모지만, 소비자들의 이용 후기와 입소문이 쌓이면서 대형 렌터카 업체의 움직임도 주목받고 있다.
BYD는 지난 1월 국내 시장에 진입한 이후 4월부터 본격적인 차량 인도를 시작했으며, 두 달 만에 ‘아토 3’는 총 1066대가 판매돼 같은 기간 수입 전기차 시장 3위에 올랐다. 하반기에는 전기 세단 ‘씰’과 SUV ‘씨라이언7’ 출시도 예고돼 있다.

BYD의 전략은 제품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인식 자체를 바꾸려는 데 있다.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접하고 평가하게 하면서 점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포석이다. 제주에서 시작된 이 조용한 실험이 국내 전기차 산업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