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전기차가 이끈 판도 변화
20년 만에 10배 뛴 수입차 점유율
국산차 업계, 긴장감 속 대응책 고심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이 20%에 근접하며 국산차 업계가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지난 17일과 20일 각각 발표한 통계 자료를 통해, 수입차 시장이 지난 20년간 대중화와 친환경화를 동시에 이뤄내며 구조적으로 재편됐다고 밝혔다.
그 중심에는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이 있었고,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는 모델 다변화와 소비자 만족도를 무기로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친환경 모델이 주도한 시장 재편
20년 전만 해도 강남 지역 법인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수입차는 이제 전국에서 개인 소비자들이 찾는 보편적인 선택지가 됐다.
KAIDA가 17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수입차의 친환경차 점유율은 2025년 기준 85.3%에 달하며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 구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2003년만 해도 수입차의 97.8%가 가솔린 차량이었지만, 2025년 기준 하이브리드가 57.5%, 전기차가 27.8%를 차지하며 시장의 중심이 바뀐 것이다.
배기량에서도 친환경 기조가 뚜렷했다. 2000cc 미만 차량 비중은 2003년 18.7%에서 올해 8월 기준 42.5%로 증가한 반면, 3000cc 이상 고배기량 차량은 급감했다. KAIDA는 “친환경차로의 전환과 함께 소비자들이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수입 친환경 승용차는 22개 브랜드, 320여 개 모델에 달하며, 이는 국산 브랜드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레저용 차량(RV)의 급증도 눈에 띄었다. 2003년 17.0%였던 RV 비중은 2025년 8월 기준 57.2%로 3배 이상 늘어났고 컨버터블, 밴, 픽업트럭 등 이색 모델의 등록도 각각 7배, 12배, 5배씩 증가했다.
전국적 확산과 개인 소비 중심으로의 전환
과거 서울, 특히 강남에 집중됐던 수입차 시장은 이제 전국으로 퍼졌다. 2003년 서울 지역 수입차 등록 비중은 54.5%에 달했지만, 2025년에는 14.5%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인천과 지방의 등록 비중은 6배 이상 증가했다. 등록 주체도 법인에서 개인으로 이동했다. 2003년에는 법인 등록이 56.3%를 차지했지만, 올해에는 개인 명의 등록이 63.9%로 역전됐다.
이 같은 변화는 수입차가 특정 계층의 상징에서 일반 소비자들의 현실적인 선택지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수입차의 국내 점유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3년 1.9%였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2024년 기준 18.3%로 10배 가까이 뛰었고, 전체 등록 대수 기준으로도 13.3%를 차지했다.
30년 전 1만대 수준이던 수입차, 26만대로 성장
수입차의 대중화는 단지 지난 20년간의 일이 아니다.
KAIDA가 2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5년 연간 6921대 수준이던 수입차 신규 등록은 2024년 26만 3288대로 38배 이상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에는 전년 대비 9.9% 증가한 13만 8120대를 기록했다.
판매 브랜드와 모델 수도 빠르게 늘었다. 1995년 8개사에 불과했던 KAIDA 소속 브랜드는 2025년 상반기 기준 23개사로 늘었고, 판매 브랜드는 30개, 모델 수는 500여 개에 이르렀다. 이 같은 다변화는 소비자 선택의 폭을 크게 확장시켰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는 2024년 소비자 구입 의향 조사에서 국산과 수입차를 통틀어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는 BMW와 벤츠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는 친환경 기술을 무기로 과거의 틀을 깨고 대중 시장 속으로 파고들었다.
브랜드의 다양화, 전국적인 확산, 개인 소비 중심의 변화는 단순한 판매량을 넘어 자동차 산업 전반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이에 맞선 국산차 업계의 대응이 시급해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