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7개월 만의 반전 기록
신차 효과, 시장 침체를 뒤집다

지난달 한국 픽업트럭 시장이 약 2년 7개월 만에 월 판매량 2000대를 돌파하며 이례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캠핑과 아웃도어 활동의 증가, 소상공인 중심 수요 확대, 그리고 정통 및 전기 픽업트럭 신차 출시가 맞물리며 이같은 반등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아와 KG모빌리티(KGM)가 각각 출시한 ‘더 기아 타스만’과 ‘무쏘 EV’는 침체된 시장에 ‘메기 효과’를 일으키며 반전의 중심에 섰다.
신차 효과로 부활한 ‘불모지’ 시장
지난 4월, 국내 픽업트럭 신규 등록 대수는 2336대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0월(2205대) 이후 2년 7개월 만에 월 2000대 판매를 돌파한 수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5월 2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년 동월(1153대) 대비 무려 102.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번 성장은 신차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올해 초 기아가 처음 선보인 중형 픽업트럭 ‘더 기아 타스만’은 3월 등록 대수 96대에서 불과 한 달 만에 857대로 급증해 792.7%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GM의 첫 전기 픽업트럭 ‘무쏘 EV’ 역시 같은 기간 121.1% 증가한 504대를 판매했다.
타스만은 지난 2월 출시 직후 영업일 기준 17일 만에 4000대의 계약을 달성했고, 무쏘 EV도 2주 만에 3200여 대가 계약되며 초반부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장기 침체 벗어난 국내 픽업트럭 시장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한때 성장세를 보였으나 2019년 4만 2825대를 정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4년에는 등록 대수가 1만 3954대에 그쳤다.

이처럼 부진했던 배경에는 좁은 도로 여건, 비효율적인 대배기량 엔진, 도심 주행과 주차의 불편함, 그리고 ‘짐차’라는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완성차 5사 기준으로는 KGM의 렉스턴 스포츠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독점 구조였고, 신차 부재로 인한 소비자 외면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아와 KGM의 신차 출시로 판도가 바뀌었다. 4월까지 무쏘 EV의 사전 계약 대수는 6000대를 넘었으며 KGM 측은 “계약 대수로만 보면 애초 생산 목표로 잡아둔 월 500대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실용성과 경제성, 새로운 소비층을 끌어들이다
이번 반등은 단순한 레저 수요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소상공인과 개인 사업자 등 경제성을 중시하는 소비층의 유입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무쏘 EV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제 구매 가격이 3000만 원 초반까지 낮아진다. 일부 지역에서는 2000만 원대 후반(울릉군 기준)까지도 가능하다.

실제로 무쏘 EV 사전 계약 고객 중 소상공인 및 개인 사업자 비중은 절반 이상(55%)에 달했다. 이는 단지 레저용이 아닌, 상업용 수요를 품은 ‘픽업트럭의 재발견’으로 풀이된다.
수입 브랜드도 이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지프는 지난달 대형 픽업 ‘뉴 글래디에이터’를 선보였다. GMC는 3월 ‘시에라 드날리(2025년형)’를 출시하며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타스만과 무쏘 EV가 픽업 시장에서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는 단순한 ‘반짝 상승’이 아닌, 시장 구조 변화의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신호다. 정체된 시장에 두 신차가 불러온 변화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