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중심부를 달리던 정체불명의 테스트카 한 대가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위장막에 가려졌지만 ‘두 줄’의 헤드램프와 테일램프, 그리고 일반적인 차량에서는 보기 힘든 도어 구조까지 — 목격된 차량은 제네시스가 준비 중인 첫 풀사이즈 전기 SUV ‘GV90’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차량은 2026년 전기차(EV)로 먼저 출시되고, 이후 최대 1200km 주행이 가능한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 모델이 뒤따를 예정이다.

위장막 뒤 실루엣… 서울 시내서 최초 포착된 GV90

지난 2일 오후, 서울 올림픽대로 인근에서 촬영된 사진 한 장이 업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위장막을 씌운 채 주행 중이던 대형 SUV는 제네시스의 콘셉트카 ‘네오룬’과 유사한 전면부와 후면부 조명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드러진 점은 차량 측면에 B필러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코치도어’ 구조가 적용된 테스트카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코치도어’란 앞·뒷문이 서로 마주 열리는 형태로, 주로 고급차나 콘셉트 모델에 사용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제네시스는 일반 도어 구조와 함께 다양한 형태를 조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GV90은 2026년 1분기, 울산에 신설 중인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생산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연간 최대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로, 현대차그룹의 차세대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조성되고 있다.

EREV 도입으로 1200km 주행 가능성

애초에 GV90은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현대차는 전략을 일부 수정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를 내연기관 발전기를 통해 충전하는 방식의 EREV 모델도 추가된다.

GV90 EREV는 엔진으로 차량을 직접 구동하지 않고, 오직 배터리 충전을 위한 발전기로만 활용된다. 이로 인해 장거리 운행 중에도 충전소 부족에 대한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네시스는 EREV 모델의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1200km 이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존하는 글로벌 전동화 SUV 중에서도 손꼽히는 수치다.

제네시스는 최근 전기차 실적 부진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6월 국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3.6% 감소한 1만 454대에 그쳤고, 상반기 전체 판매량도 약 10% 감소했다.

GV60과 GV70 전기차의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에 따라 제네시스는 하반기부터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특히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브랜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가운데 GV90은 유럽 전략의 핵심 모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며 EREV 모델이 유럽 소비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