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부진 속 국산차 반전
고성능 아반떼 N, 141% 급증
프리미엄 제네시스, 10배 성장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급감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고성능 내연기관 모델과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로 반전을 일궈냈다.
2021년 출시된 아반떼 N은 4년 만에 판매 최고치를 경신했고, 제네시스는 10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기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7%나 줄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운전의 재미’와 ‘브랜드 프리미엄’을 선택한 셈이다.
친환경차 주춤… EV 47% 급감
현대차그룹은 올해 5월, 미국 시장에서 총 17만 251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7% 증가한 수치로, 현대차(9만 1244대)와 기아(7만 9007대)는 각각 8.1%, 5.1%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친환경차 부문에서는 분위기가 반대였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 총판매량은 3만 2473대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다.
이 중 전기차(EV)는 47.1%나 줄어든 7597대를 기록하며 가장 큰 폭의 감소를 보였다.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은 2만 4876대로 24.9% 증가해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는 “EV9 신차를 기다리는 수요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지만, 미국 내 전반적인 EV 수요 위축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고성능 아반떼 N, 정체기 속 ‘반전 카드’
전체 시장이 EV 부진에 빠진 와중에도, 아반떼 N은 상반된 결과를 냈다.

현대차는 “올해 5월 아반떼 N(현지명 엘란트라 N)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해 2021년 출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고성능 모델이 출시 수년 후 판매 상승을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북미 시장에서 아반떼 N의 가격은 3만 4천~3만 6천 달러(한화 약 4650만~약 4930) 수준으로, 경쟁 모델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동등하거나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자동변속기(DCT) 버전이 추가되면서 소비자 접근성이 개선된 것도 판매 상승에 기여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를 두고 “현대차가 고성능을 ‘대중화’하는 전략을 성공시켰다”고 분석했다.
제네시스, 10년 만에 10배 성장… GV90로 정점 노린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제네시스는 2016년 미국에서 6948대를 판매한 이후 2023년에는 7만 5003대를 기록하며 10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올해 1분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인 1만 7508대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의 F세그먼트 전기 SUV ‘GV90’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GV70, GV80이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상황에서, GV90은 BMW·벤츠·렉서스와의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운전의 재미’와 프리미엄, 소비자가 선택한 반전의 키워드
전기차 전환의 거센 흐름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 고성능차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통해 오히려 존재감을 강화하고 있다.

아반떼 N의 깜짝 흥행과 제네시스의 꾸준한 성장세는, 단순히 환경 규제나 연비가 아닌 ‘운전의 재미’와 ‘브랜드 가치’가 여전히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차가 흔들리는 사이, 국산차는 다른 무기로 반전을 만들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