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사우디서 판매 1·2위
토요타 추격에 중동 시장 판도 흔들
현지 공장 가동 앞두고 경쟁력 강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토요타를 바짝 추격하며 자동차업계에 중대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사우디 내 전체 차량 판매의 23%를 차지하며, 1위인 토요타(28%)와의 격차를 5%포인트로 좁혔다. 특히 두 회사는 소형 세단 시장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보이며 모델별 판매 순위 1·2위를 휩쓸었다.
사우디 소형차 시장 뒤흔든 현대차·기아
그동안 일본 브랜드가 굳건히 지켜온 사우디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빠르게 세를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사우디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현대차 엑센트였다. 총 1만 9080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잡았고, 기아 페가스가 1만 5530대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 엘란트라도 1만 3000여 대가 팔려 판매 순위 4위에 오르며 소형 세단 라인업의 강세를 입증했다.
브랜드별 판매 실적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뚜렷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동안 약 6만 대를, 기아는 약 3만 4000대를 판매하며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두 브랜드를 합하면 약 9만 5000대 수준으로, 전체 판매량(41만 2920대)의 약 23%를 점유한 셈이다. 1위 토요타(약 28%)와의 격차는 5%포인트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넘기 어려워 보였던 장벽이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2024년 한 해 동안 13만 6천여 대를 판매하며 2년 연속 2위를 지킨 바 있다. 기아 또한 같은 해 6만 3000여 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3위 자리를 굳혔다. 이 같은 약진은 사우디 시장 내 소비자 취향과도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사우디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대형 SUV나 픽업트럭을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연비 효율과 합리적인 유지비를 갖춘 소형 세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가 변동과 생활비 부담 같은 경제적 요인이 차량 구매 성향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사양이 시장에서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생산기지 구축…전략 거점으로 부상한 사우디
현대차와 기아의 약진은 단순한 판매 호조에 그치지 않는다. 두 회사는 사우디를 중동 시장 공략의 핵심 전략 거점으로 설정하고,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2025년 5월,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손잡고 ‘현대자동차 제조 중동(Hyundai Motor Manufacturing Middle East, HMMME)’이라는 합작 생산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현대차가 30%, PIF가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6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이다. 연간 5만 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될 이 공장에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가 모두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아직 구체적인 생산 차종을 밝히지 않았지만, 기아 및 제네시스 브랜드 차량까지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단순 수출 의존형 구조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신뢰도까지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자동차 산업 지형 흔드는 새로운 변수들
현대차와 기아의 전략적 투자와 함께, 사우디 자동차 산업에는 또 다른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최근 중국 브랜드들의 시장 진입이 빨라지며 경쟁 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12%에 달하며, 중동 시장 내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한편, 사우디는 자체적인 자동차 제조 기반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Lucid)의 최대 주주로 참여하며, 현지에 연간 15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도록 지원한 바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현대차그룹이 사우디 정부의 러브콜을 받아 투자에 나선 것은, 단순한 시장 확대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행보로 평가된다.
사우디가 중동 내 자동차 제조 중심지로 부상함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입지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투자와 판매 성과를 통해 현대차그룹은 사우디 시장 내 입지를 한층 공고히 했으며 토요타와의 격차를 좁히는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