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PHEV 급성장 속
현대차·기아 점유율 하락
중국차·독일차 사이 고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수요가 유럽 시장에서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는 이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점유율 하락이라는 결과를 맞았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가 발표한 5월 판매 통계에 따르면, 유럽 내 PHEV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6.1% 급증해 디젤차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판매는 감소세를 보였고, 이들은 라인업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PHEV 판매 급증… 뒤처진 현대차·기아
올해 5월 유럽 PHEV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6.1% 증가한 10만 8000대를 기록하며 디젤차(8만 1000대)를 제쳤다.
PHEV는 전기와 내연기관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충전 인프라에 대한 부담 없이 전기차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 변화에 현대차와 기아는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
5월 유럽 전체 신차 판매는 111만 대를 넘기며 1.9% 증가했으나, 현대차·기아는 오히려 8만 8491대로 4.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전년 대비 0.5%포인트 하락한 7.9%에 그쳤다. 1~5월 누적 기준으로도 이들 판매량은 44만 5569대로 3.5% 줄었고, 점유율 역시 0.3%포인트 하락한 8.0%에 머물렀다.
업계 4위라는 순위는 유지했지만, 경쟁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26.7%, 스텔란티스 15.4%, 르노는 10.2%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상위권을 지켰다.
PHEV 모델 부족… 한계 뚜렷
현대차·기아의 약점은 단순한 판매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제품군 자체에서 경쟁사 대비 확연한 열세가 드러났다.

현재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는 투싼과 싼타페, 기아는 씨드,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등 총 6종의 PHEV 모델을 판매 중이다. 이에 비해 BMW는 13종, 메르세데스-벤츠는 17종, 폭스바겐도 6종을 보유하며 모델 다양성에서 앞섰다.
이로 인해 BMW는 PHEV 강세에 힘입어 5월 판매량이 5.9% 증가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PHEV 모델이 두 종에 불과한 도요타는 2.9% 감소했다. 이는 단순한 판매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시장의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느냐의 문제로 읽힌다.

중국 PHEV 공세에 협공당한 현대차
현대차·기아의 고민은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BEV)에 대해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업체들이 PHEV를 중심으로 유럽 공략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BYD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씰 U’를 앞세워 5월 한 달간 6000대 이상을 판매했다. 이는 폭스바겐 티구안과 볼보 XC60을 제치고 PHEV 부문 1위에 오른 수치다.

중국차의 약진과 독일차의 견고한 PHEV 라인업 사이에서, 현대차·기아는 점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라인업의 다양성과 빠른 대응이 유럽 시장에서의 성패를 가르는 요소로 부각되는 상황에서, 이들 기업이 향후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