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유니바디 픽업트럭 ‘싼타크루즈’의 생산을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종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 1분기부터 생산량을 약 절반 수준 감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당초 2027년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던 생산 일정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딜러에는 5개월치 이상의 재고가 쌓이면서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21년 출시 당시 ‘도심형 픽업’이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했던 싼타크루즈가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반응을 얻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후속 모델로 바디-온-프레임 기반의 정통 중형 픽업트럭을 2029년 출시할 계획이다.
경쟁 모델 대비 6배 판매 격차… ‘유니바디 픽업’의 한계
2025년 싼타크루즈의 북미 판매량은 2만 5,499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경쟁 모델인 포드 매버릭은 15만 5,051대를 판매하며 6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격차를 기록했다.
매버릭은 더 저렴한 가격대에서 정통 픽업의 실용성을 제공하며 시장을 장악했고, 싼타크루즈의 ‘승용차 기반 편안한 픽업’이라는 컨셉트는 북미 픽업 시장의 핵심 수요와 부합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싼타크루즈는 4세대 투싼 플랫폼을 공유하는 유니바디 구조로 개발됐다. 2015년 콘셉트 모델 공개 후 10년 이상의 기획 끝에 양산됐으나 북미 픽업 시장의 주 고객층인 토목 현장, 농장, 오프로드 활동 종사자들이 요구하는 진정한 적재 능력과 내구성을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도시형 승차감이라는 강점은 부수적 요소에 불과했고, 시장은 ‘정통 트럭’ 경험을 선호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싼 라인업 재편과 맞물린 생산 중단 결정
현대차가 싼타크루즈 생산 조기 종료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2027년 초 출시 예정인 차세대 투싼의 생산 라인 확보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투싼은 누적 판매량 1,300만 대 이상을 기록한 현대차의 핵심 수익 모델로, 인기가 저조한 틈새 모델보다 글로벌 전략 모델의 생산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적용됐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2025년 186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관세 부담과 전동화 전환 비용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2026년 4,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계획과 맞물려, 저수익 모델 정리를 통한 재정 구조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9년 바디-온-프레임 중형 픽업으로 재도전
현대차는 싼타크루즈를 단순 단종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29년 정통 바디-온-프레임 방식의 중형 픽업트럭 출시를 계획 중이다. 이 모델은 포드 레인저, 토요타 타코마, 쉐보레 콜로라도 등 북미 중형 픽업 세그먼트의 주력 모델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유니바디 기반의 약한 포지셔닝에서 벗어나 오프로드 성능과 적재 능력을 강화한 정통 픽업으로 시장 재진입을 시도하는 공격적 전략이다.
다만 2027년 투싼, 2026년 4월 기아의 EV7·EV8 발표 등 동시다발적인 신차 출시로 인한 생산 능력 분산이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북미 픽업 시장은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만큼,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충분한 제품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갖추지 못할 경우 싼타크루즈의 실패가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의 싼타크루즈 조기 단종 결정은 북미 픽업 시장에서 차별화 전략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정통 픽업으로의 방향 전환을 선택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29년 출시될 후속 모델이 시장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현대차의 북미 픽업 시장 안착 여부를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