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기술에 차량 운명 맡겨
“중국차 같다”는 말까지 나왔다
플랫폼부터 인포테인먼트까지 현지화

토요타가 자사 전기차 핵심 기술 전반을 중국 업체에 의존하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12일, 토요타는 화웨이, 샤오미, 광저우기차(GAC) 등 중국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차세대 전기 세단 bZ7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 차량은 2026년 1분기 중국 시장에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전기차 기술뿐 아니라 인공지능, 자율주행, 차량 내 디지털 플랫폼까지 현지 기술이 깊숙이 개입되는 방식이다.
중국 기술에 차량 주도권 이양
토요타는 이번 bZ7 프로젝트에서 화웨이의 통합 파워트레인과 ‘홍멍’ 기반 지능형 콕핏 기술을 전면 채택하기로 했다. 해당 시스템은 커넥티비티 기능과 앱 연동성을 강화하고, 자율주행 기능 강화를 위해 라이다 센서도 기본으로 포함된다.

여기에 샤오미와는 차량 내 음향 시스템과 좌석 간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스크린과 카메라를 이용해 전·후석 간 실시간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도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bZ7이 기반으로 삼는 전용 플랫폼 역시 GAC와 공동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중형(전장 5m 이하)과 대형(5.3m 이하) 두 가지로 나뉘며 bZ7은 대형 플랫폼을 바탕으로 제작된다.
순수 전기차는 물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도 대응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이다.
디지털 섀시부터 AI 음성비서까지…‘GAC형 로드맵’ 적용

플랫폼뿐 아니라 전기차의 전자 아키텍처, 디지털 섀시, 차량용 음성 비서 기능까지 중국 현지 기술이 투입된다.
GAC의 AI 기술 로드맵인 ‘배려형 집사’(2026~2027년)와 ‘공생 파트너’(2028년 이후) 콘셉트가 이들 기술의 설계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중국차 아닌가요?”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토요타의 고유 기술력이 아닌 현지 기업의 기술을 대거 채택한 점이 소비자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 전기차 전략은 아직”
중국에서 이처럼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토요타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는 bZ4X와 수소차 미라이를 제외하면 전기차 제품군이 제한적이며 한국 시장에서도 렉서스 브랜드 외에 구체적인 전기차 출시 계획은 없는 상태다.
토요타는 이번 전환이 중국 시장에 특화된 실용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현지 기업과의 기술 협업을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는 “기술 주도권마저 넘긴 셈”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기술 자존심을 지켜오던 토요타가 ‘중국 현지화’라는 길을 택한 배경에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무게감이 짙게 깔려 있다.
이는 토요타가 기존의 ‘자체 기술 우선주의’ 기조에서 크게 벗어난 결정이라는 점에서 업계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