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준대형 SUV XC90의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BMW X7, 메르세데스-벤츠 GLS급 초대형 SUV 출시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6년 1월 27일(현지시간) 하칸 사무엘손 볼보 CEO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북미 및 중국 시장을 겨냥한 대형 SUV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2028년 10월 생산을 목표로 한 이 모델은 ‘XC100’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높으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현지 생산에 돌입한다.
이번 결정은 데이터가 증명한 위기에서 비롯됐다. 최근 2년간 XC90을 처분한 고객 중 11%가 타 브랜드의 풀사이즈 SUV로 이동한 것으로 집계됐다.
볼보 딜러들은 “가족 구성원이 늘어난 고객에게 XC90은 더 이상 충분한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해왔다. 현재 플래그십 라인업인 XC90(준대형 SUV)과 S90(대형 세단)만으로는 성장하는 고객층을 붙잡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다.
XC90 고객 11%, 타 브랜드 대형 SUV로 유출
볼보의 고객 이탈 데이터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충성 고객이 확대 가족 니즈를 해결하지 못해 경쟁사로 옮겨간다는 것은, 브랜드 위상 약화로 직결되는 문제다.
업계 전문가들은 “볼보가 풀사이즈 SUV를 추가한다면 기존 고객 유지뿐 아니라 브랜드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XC100 계획이 무산된 지 약 6년 만에 재검토된 배경이다.
업계는 볼보가 이번에는 실행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고 분석한다.
CEO는 “아직 최종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곧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구체적인 생산 시점과 공장까지 공개한 것은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차체 플랫폼과 3열 시트 구성 등 세부 사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160km 전기 주행 PHEV, 미국 현지 생산 전략
XC100의 핵심 경쟁력은 파워트레인에 있다. 볼보는 약 100마일(약 160km)의 순수 전기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단순 PHEV를 넘어 레인지 익스텐디드 하이브리드 방식도 검토 중인데, 이는 전기 모터 중심 구동과 엔진 직접 구동을 병행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가 전기 모터만으로 구동력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엔진도 구동축에 직접 동력을 전달해 장거리 주행 효율을 높인다.
생산 전략도 주목할 지점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 현지 공장 생산은 관세 정책 영향을 최소화하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볼보는 2025년(작년) 이 공장에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북미 시장 판매량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흥미로운 점은 중국 지리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의 대형 SUV ‘9X’와 기술 공유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다. 플랫폼 효율화를 통해 개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볼보만의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독일 프리미엄 3사, 대형 SUV 경쟁 본격화
볼보의 움직임은 독립적 결정이 아니다. 아우디는 이미 대형 SUV Q9의 일반 도로 시험을 진행 중이며, 일부 딜러 그룹을 대상으로 사전 공개를 시작했다.
한 딜러는 “Q9은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고객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BMW 딜러들 역시 X7보다 큰 대형 SUV 출시를 본사에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대형 SUV는 단순한 차량이 아닌, 브랜드 플래그십 지위를 결정하는 상징적 존재다.

2028~2029년 볼보 XC100, 아우디 Q9, 그리고 BMW의 새로운 대형 SUV가 시장에 등장하면, 북미 프리미엄 SUV 시장 경쟁 구도는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 강자인 벤츠 GLS, BMW X7에 신규 도전자들이 가세하면서 고객 선택권은 넓어지고, 제조사들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총동원한 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볼보가 6년 전 포기했던 초대형 SUV 시장에서 재기에 성공할지, 2028년 10월 그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