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으로 달리는 2도어 쿠페
아르 데코의 재해석, 벤츠의 미래 선언

메르세데스-벤츠가 미래형 럭셔리 쿠페의 정점을 제시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벤츠는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Vision Iconic Concept)’를 공개하며 디자인 유산과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모빌리티 비전을 밝혔다.
2도어 쿠페 형태로 선보인 이 콘셉트카는 아르 데코 스타일의 실내와 태양광 주행 기술, 자율 주행을 위한 AI 기반 시스템 등을 탑재하며 벤츠의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품었다.
“움직이는 조각”, 벤츠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콘셉트카를 통해 과거의 디자인 유산을 재해석하며, ‘움직이는 조각’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전면에는 ‘아이코닉 그릴(Iconic Grille)’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이 그릴은 W108, W111, 600 풀만과 같은 전설적인 세단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다. 기존 크롬 그릴의 전통적인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디자인 책임자인 고든 바그너는 해당 모델이 “1930년대 황금기의 감성을 담아낸 조형물”이라고 설명하며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우아함을 강조했다.
실제 차량은 긴 보닛, 짧은 오버행, 유려한 루프라인으로 구성되어, 클래식 스포츠카인 300SL 걸윙의 실루엣을 연상시킨다. 측면 실루엣은 과거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 쿠페’의 스타일을 계승하되, 짧은 오버행을 통해 보다 스포티한 인상을 더했다.
실내는 고급 라운지 공간처럼 구성됐다. 고급 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계기판과 수공예 인테리어가 어우러진다.
블루 벨벳 소재의 벤치형 시트와 자개 장식, 마케트리 기법의 바닥 등은 장인 정신과 예술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투명한 ‘제플린형’ 유리 구조물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을 조화롭게 연결하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한다.
태양광으로 1만 2천km…에너지 효율의 새로운 접근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는 독특한 기술적 접근을 통해 지속 가능성 또한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량 전체에 태양광을 흡수하는 얇은 솔라 모듈을 적용했으며, 이를 통해 이상적인 조건에서 연간 최대 1만 20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중형 SUV 기준으로 차량 외장 전체에 해당하는 11제곱미터 면적에 적용될 수 있다. 솔라 코팅은 외관 색상 표현과 동시에 태양광 발전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희토류나 실리콘을 포함하지 않아 재활용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친환경적 장점이 부각된다.
기술적인 완성도 또한 눈에 띈다. 조향 시스템은 스티어-바이-와이어(Steer-by-Wire) 방식을 채택해 스티어링 휠과 앞바퀴 간 기계적 연결을 없앴다.
전기 신호를 통해 조향 명령이 전달되며, 이는 민첩한 주행 성능과 보다 정밀한 조작을 가능하게 한다. 후륜 조향 기능까지 결합돼 대형 쿠페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주행 민첩성이 높다.
자율주행 시대의 두뇌, 뉴로모픽 AI
자율 주행 기술 분야에서는 뉴로모픽 컴퓨팅(Neuromorphic Computing) 기술이 중심에 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인간의 뇌 신경망을 모방한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 AI 대비 10배 높은 처리 효율과 최대 90% 에너지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차량은 더 빠르게 교통 표지판, 차선, 장애물을 인식할 수 있으며, 자율 주행 수준은 레벨4까지 고도화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운전자가 운전과 무관하게 차량 내에서 휴식하거나 비디오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한다.
메르세데스는 이러한 기술이 구현될 경우 진정한 ‘럭셔리 라운지’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콘셉트카에는 중앙 계기판에 내장된 AI 어시스턴트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차량 시스템과 사용자 간의 상호 작용 또한 한층 강화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구체적인 파워트레인 제원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비전 아이코닉 콘셉트를 통해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방향성과 디자인 철학을 함께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모델은 단순 디자인 실험을 넘어, 클래식과 혁신이 만나는 지점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