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대담한 실험
캘리포니아 감성 담은 전기 콜벳
슈퍼카급 성능과 미래적 실내

쉐보레가 차세대 전기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제시하며 업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미국 GM 산하 어드밴스드 디자인 스튜디오가 공개한 ‘캘리포니아 콜벳 콘셉트’는 지붕을 완전히 제거한 파격적 디자인으로 공개 직후 자동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콘셉트카는 오는 차세대 콜벳, 즉 ‘C9’ 시리즈를 엿볼 수 있는 두 번째 모델로,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햇살과 여유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캘리포니아 태양 아래, 지붕 없는 미래
GM 어드밴스드 디자인 파사데나 스튜디오가 주도한 이번 콘셉트카는 기존 콜벳 디자인 철학을 완전히 뒤집는 과감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특히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완전 분리형 지붕’ 구조다.
기존의 영국 디자인 센터에서 선보였던 걸윙 도어나 분할형 윈드실드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파사데나 팀은 캘리포니아의 맑은 하늘과 쾌적한 날씨를 고려해, 차량 상부 전체를 떼어낼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지붕은 앞쪽으로 여닫히는 캐노피 형식으로 설계되었으며, 필요 시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브라이언 스미스 GM 파사데나 디자인 디렉터는 “지붕이 있을 땐 현대적인 스포츠카로, 제거하면 오픈 에어 트랙카로 즐길 수 있는 이중적인 경험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동화된 슈퍼카, 구조부터 다르다
전동화를 염두에 둔 구조도 이번 콘셉트의 핵심이다. 쉐보레는 이번 콘셉트카에 기존 바닥형 배터리 대신 과거 볼트 EV에서 사용되던 ‘T자형’ 배터리 팩을 적용했다. 이 설계를 통해 바닥은 더 낮아졌고, 좌석도 낮은 위치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은 구조는 공기역학적으로도 장점이 있다. 차체 하부에는 터널형 언더바디 구조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효율적인 공기 흐름을 가능케 한다.
차량 후방에는 에어 브레이크 기능이 포함된 능동형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고, 카본 파이버 터브 차체를 통해 무게와 강성을 동시에 잡았다.
휠은 앞 21인치, 뒤 22인치의 스태거드 구성으로 배치되어, 슈퍼카 수준의 퍼포먼스를 기대할 수 있게 했다.
GM은 정확한 구동계 구성을 밝히지 않았으나, 리어 바디워크 개구부에서 대형 드라이브샤프트와 관련 구조물이 포착됐다.
이를 바탕으로 후방에 하나 이상의 모터가 장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륜에도 보조 모터가 탑재되어 네바퀴굴림이 구현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후축에 쌍모터를 적용한 총 3모터 구조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실내는 간결하게, 그러나 미래지향적
실내 구성은 기존 C8 콜벳의 듀얼 콕핏 구조를 한층 더 간소화하고 현대화한 모습이다. 물리 버튼 수를 크게 줄였으며 요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과 함께 리본형 디지털 타코미터 디자인을 계승했다.
지붕이 완전히 제거될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해 좌석 뒤에는 롤오버 보호 구조물도 마련됐다. 이는 포뮬러 원이나 인디카 등 레이스카의 충돌 안전 설계를 참고한 것으로, 일반 승용 콘셉트카에는 드문 구성이다.
차세대 콜벳, 그 첫 실험
이번 ‘캘리포니아 콜벳 콘셉트’는 차세대 C9 콜벳 라인업의 미래를 예고하는 실험적 모델이다.
C8 콜벳이 올해로 6년 차를 맞이하며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GM은 이 콘셉트를 통해 전기 스포츠카 시장에서 콜벳 브랜드의 존재감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세 가지 콘셉트 중 두 번째로 공개된 이번 모델은 단순한 스타일 변화를 넘어, 미국 스포츠카의 전동화 흐름 속에서 디자인과 기술 모두에서 전환점을 찍은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디자인의 출발점이 된 캘리포니아의 햇살처럼, 이 콘셉트는 전기차 시대 속 콜벳의 새로운 태양을 상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