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전기차로 日시장 반전
현대차 인스터, 3년 만에 최고치
기아·GGM·보조금 혜택도 주목

한국산 소형 전기차가 전기차 불모지로 불리는 일본에서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스터 EV’는 올해 상반기 일본 시장에서 438대가 판매되며 일본 재진출 이후 3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판매 중인 인스터 EV는 올해 4월부터 일본 판매를 본격화했다.
전기차 비중 1% 일본서 반전 기록
일본은 여전히 내연기관의 왕국이다. 전기차 판매 비중이 고작 1%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1% 안에서 현대차는 확실한 자리를 만들고 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 438대를 판매했다. 작년 전체 판매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4월 일본 시장에 투입된 인스터 EV는 출시 직후부터 빠르게 반응을 끌어냈다. 4월 82대, 5월 94대, 6월 130대로 월간 판매는 꾸준히 오름세를 탔다.
업계에서는 가격경쟁력을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인스터 EV의 시작가는 약 2650만원으로, BYD ‘아토3’(3900만원대), 도요타 ‘bZ4X’(5130만원대)보다 훨씬 낮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CEV 보조금까지 더해진다. 인스터 EV는 최대 지원금인 56만엔(약 5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아토3는 35만엔(약 320만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인스터의 일본 수출을 위한 검수체계까지 새로 구축했다. 일본 기준에 맞춰 약 30억원을 투입해 전용 품질검수 라인을 만들었고, 윤몽현 GGM 대표는 “올해 수출 목표는 680대”라고 밝혔다.
기아, 日 LCV 시장 본격 진출
현대차에 이어 기아도 일본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아는 2026년부터 소형 상용 전기차 ‘PV5’를 일본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하나인 ‘소지쓰’와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기아는 별도의 현지 법인을 설립하지 않고, 상사를 통한 간접 판매 방식으로 진출한다. 이는 초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일본의 전기 경상용차(LCV) 시장은 아직 활성화 단계는 아니지만, 도요타 등 주요 브랜드가 연내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어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일본 상용차 시장은 285억 달러 규모이며 이 중 약 74%가 PV5가 겨냥하는 경상용차 부문에 해당한다.
국내선 ‘2026 캐스퍼’로 상품성 강화
한편, 국내에서는 인스터 EV의 기반이 되는 ‘캐스퍼’의 차세대 모델이 새롭게 공개됐다. 현대차는 최근 ‘2026 캐스퍼’와 ‘2026 캐스퍼 일렉트릭’을 선보이며 상품성을 강화했다.
신형 모델은 안전과 편의 사양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인스퍼레이션’ 트림에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2026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일본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를 앞세워 점차 입지를 넓히는 가운데, 국내 생산 거점과 가격 경쟁력, 현지화 전략이 이들의 실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