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역사 SUV의 퇴장
전기차 전환 속 이름만 남는다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제네시스 GV80과 경쟁해온 폭스바겐 ‘투아렉’이 2026년 단종을 끝으로 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한다.
2002년 첫 출시 이후 약 120만 대가 판매된 이 모델은 후속 없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제조사는 ‘파이널 에디션’을 마지막으로 이별을 알렸다.
120만 대의 여정, ‘파이널 에디션’으로 마무리
폭스바겐은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각)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을 공개했다. 이 기념 모델은 2026년 3월 생산 종료까지 한정 판매될 예정이며 2027년 초까지 주문 가능하다.
‘파이널 에디션’은 기존 ‘R-라인 블랙 에디션’을 기반으로 외관과 실내에 전용 사양이 추가됐다.
후면 윈도우에는 ‘Final Edition’ 레이저 배지가, 기어 레버와 도어실에는 전용 각인이 새겨졌다. 실내에는 조명식 스커프 플레이트와 18방향 전동 시트, 대시보드 전용 데코 패널 등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은 기존 V6 3.0리터 디젤 터보 엔진이 유지돼 최고 출력 286마력을 발휘한다. 최상위 R 하이브리드 모델은 462마력의 출력과 71.4kg.m의 최대 토크를 자랑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영국 판매가는 7만 4525파운드(약 1억 4290만 원)부터 시작하며 국내 출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폭스바겐코리아 일부 딜러사에서는 기존 투아렉 모델에 대해 최대 1550만 원 규모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기술의 상징이었던 투아렉, SUV 시장서 퇴장
투아렉은 단순한 SUV를 넘어, 폭스바겐 기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2005년 DARPA 자율주행 경주에서 우승한 자율주행 프로토타입 ‘스탠리’의 기반 차량이었으며, 2006년에는 V10 TDI 모델이 보잉 747기를 견인해 화제를 모았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다카르 랠리 3연승, 2011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알래스카까지 2만 2750km를 12일 만에 주파하는 등 극한의 도전에서도 성능을 입증해왔다.
국내에서는 GV80과 자주 비교되며 ‘가성비 프리미엄 SUV’로 불렸다. 에어 서스펜션, 후륜 조향, 4존 에어컨 등 고급 사양을 기본 탑재하면서도 동급 모델 대비 1천만 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
3세대까지 이어진 진화의 역사
2002년 출시된 1세대 투아렉은 최대 수심 58cm 도강 능력, 45도 경사로 주행 가능 등의 오프로드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전자식 롤 안정화 시스템, 6단계 조절 CDC 에어 서스펜션도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최상위 모델인 V10 TDI는 5리터 10기통 디젤 엔진으로 313마력, 최대 토크 76.47kg.m의 성능을 발휘했으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단 7.8초 만에 가속할 수 있었다. 1세대는 총 47만 1천 대가 판매됐다.
2세대 투아렉은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됐으며 차체 크기를 키워 실내 공간을 늘리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처음 도입했다. 3.0 V6 TSI 하이브리드 모델은 슈퍼차저 V6 엔진과 전기 모터 조합으로 총 380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했다. 2세대는 총 48만 3천 대가 판매됐다.
현행 3세대 투아렉은 2018년 등장했다. 경량 소재 적용, 알루미늄 차체 도입, 차고를 7mm 낮추는 등 주행 안정성과 효율성을 강화했다.
휠베이스는 2904mm로 길어졌고, 서스펜션 시스템은 초당 400회까지 차량 기울임을 감지해 자세를 보정한다. 2020년 투아렉 R 하이브리드는 최고 출력 462마력, 최대 토크 71.38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이 3세대는 총 26만 5천 대가 팔렸다.
‘ID.투아렉’으로 이어질까
폭스바겐은 ‘투아렉’ 내연기관 모델의 단종을 공식화하면서도, 해당 차명 자체는 유지할 방침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회사는 2029년을 목표로 ‘ID.투아렉(가칭)’이라는 전기 SUV 개발을 추진 중이다.
이 모델은 차세대 전동화 플랫폼 SSP 기반으로 개발될 예정이며, 브랜드의 전기 SUV 플래그십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폭스바겐은 아직 후속 전기차 출시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일부 보도에서는 테슬라 외 기존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판매 성과가 미흡한 상황을 지적하며 ID.투아렉의 등장이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