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 차량의 가격 하락 폭이 유독 두드러지며, 기존 차주들 사이에서 당혹감이 커지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테슬라 중고차는 최대 15%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이는 전체 전기차 평균 낙폭의 세 배를 웃도는 수치다. 정비 비용 부담이 큰 데다, 신차 수요 위축이 겹치며 중고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위상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 중고차, 감가상각률 최상위

미국 경제 전문지 아이언마운틴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S의 중고차 가격은 전년 대비 한화 약 1200만 원가량 하락하며 15.8%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모델X와 모델Y 역시 각각 15.5%, 13.6%가 떨어졌다. 이는 각각 약 1300만 원과 약 635만 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체 전기차의 중고차 평균 가격은 4.8% 하락에 그쳤고, 내연기관 차량은 오히려 평균 5%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테슬라 차량의 하락 폭이 유독 큰 이유로는 높은 정비 비용이 지목되고 있다.

정비비 부담, 중고차 가치 하락 부추겨

미국 내 정비사들은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기 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모터,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수리비가 차량의 중고 가치보다 더 비쌀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테슬라 차량의 평균 수리비는 5500달러(한화 약 750만 원)로, 다른 전기차의 평균 수리비인 1070달러(약 140만 원)보다 약 5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부담이 테슬라의 중고차 가치 하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고차 감가가 심한 모델 10개 중 4개가 테슬라라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테슬라의 위기는 중고차 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장 조사 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테슬라의 전 세계 출하량은 전년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오는 9월 말 전기차 신차 구매에 대한 정부 혜택이 종료될 예정이라, 신차 수요까지 급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수요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가운데, 테슬라는 대응책으로 저가형 모델인 ‘모델Q’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인도 등 신규 국가 시장 진출을 추진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그러나 경쟁사들이 3만 달러 이하 보급형 전기차를 속속 내놓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대응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BYD, 폭스바겐 등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와 제품 전략 모두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