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커튼으로 가린 고요한 호화
‘일본판 컬리넌’, SUV로 재탄생

토요타가 6월 23일 일본 내수 시장에서 2025년형 ‘센추리 SUV’를 공개했다.
가격은 2700만 엔(한화 약 2억 5470만 원)부터 시작하며, ‘이동하는 다다미방’이라는 별명처럼 고급스러움과 편의성을 극대화한 내부 설계가 특징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후석 도어 유리에 ‘디지털 커튼’ 기술을 적용해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세계 최초 ‘디지털 커튼’ 적용
‘센추리 SUV’는 기존 고급차의 한계를 넘은 새로운 프라이버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유리 업체 AGC가 개발한 ‘디지털 커튼’은 두 장의 유리 사이에 특수 필름을 삽입해, 전압 조절만으로 창문의 투명도(투명–반투명–불투명)를 바꿀 수 있다.
이 기능은 뒷좌석 도어와 리어 쿼터 글라스에 적용됐으며 불투명 상태에서는 마치 일본 전통 방처럼 외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은은한 자연광만 들여오게 한다.
AGC는 이 기술이 기존 전동 선루프에 쓰이던 SPD(Suspended Particle Device) 방식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전기가 흐르면 유리 내 입자가 정렬되어 투명해지고, 전원이 꺼지면 불투명해지는 원리다. AGC 관계자는 “도어 유리에 전체적으로 이 기술을 적용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해외 자동차 전문 매체들도 “롤스로이스 컬리넌의 일본판”이라고 평가하며 토요타의 고급 기술 도입을 주목했다.
3시간 30분 품질 검사… 손으로 만든 듯한 SUV
센추리 SUV는 토요타가 2023년 9월 ‘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콘셉트로 처음 공개한 이후, 2열 탑승객의 거주성과 정숙성에 집중해 개발한 모델이다.
차량 크기는 전장 5205mm, 휠베이스 2950mm로 플래그십 SUV에 걸맞은 대형 차체를 갖췄다.
파워트레인은 3.5리터 V6 엔진 기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총 출력은 412마력이며 전기만으로 최대 69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특히 출고 전 진행되는 정밀 품질 검사는 약 3시간 30분에 걸쳐 한 명의 ‘마스터 인스펙터’가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장인정신 수준의 검사 과정은 토요타가 ‘센추리 SUV’를 단순한 고급차가 아닌, 자사의 기술력과 철학을 상징하는 모델로 자리매김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일본을 넘어 중국으로… 센추리의 외연 확장
센추리 브랜드는 원래 일본 내수 전용 고급차로 시작했지만, 이번 ‘센추리 SUV’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된다. 토요타는 이 모델을 기반으로 한 미니밴 스타일의 슬라이딩 도어 버전과 고성능 GRMN 모델도 계획 중이다.
GRMN 모델은 현재 토요타 아키오 회장이 직접 운행 중인 차량으로, 향후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센추리 SUV는 토요타가 기술력과 장인정신, 그리고 새로운 시장 전략을 동시에 담아낸 대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