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씰’, 한국서 파격가 공개
전기차 재고 압박…中 전략 수정

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중형 전기 세단 ‘씰’을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운 이 모델은 호주, 일본보다 최대 1000만 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책정됐다.
이는 지난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예상가보다도 더 저렴한 수준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BYD의 공격적인 가격 전략은 중국 내 재고 문제와 수출 압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서 유독 낮은 BYD ‘씰’ 가격
BYD는 올해 7월 중순부터 자사의 중형 전기 세단 ‘씰(SEAL)’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BYD코리아는 4690만 원(세제 혜택 적용, 전기차 보조금 제외)의 가격으로 ‘씰 다이내믹 AWD’ 모델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가격은 주변국과 비교해 상당히 낮다. 호주에서는 해당 모델이 6만 1990호주달러(약 5540만 원), 일본에서는 605만 엔(약 5660만 원)에 책정돼 있어 한국 시장 판매가가 최소 800만 원, 많게는 1000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
흥미로운 점은 BYD가 올해 초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제시했던 예상 가격 범위보다도 실제 출시 가격이 더 낮다는 사실이다.
당시 제시된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더 낮은 금액으로 확정되면서 업계는 예상 밖의 가격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씰은 BYD가 한국 시장에 선보이는 두 번째 전기차다. 지난해 소형 전기 SUV ‘아토 3’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중형 세단 씰과 중형 SUV 씨라이언7까지 세 차종을 연이어 내놓으며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성능 세단에 파격가…업계 ‘촉각’
BYD 씰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성능 면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씰 다이내믹 AWD 모델은 전방 160kW, 후방 230kW 출력의 듀얼 모터를 탑재해 총 390kW(530마력)의 출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8초로,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제품 콘셉트에 부합한다.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다양한 하이테크 사양도 눈에 띈다. BYD 측은 씰이 스포티한 감성과 지능형 기술을 모두 갖춘 중형 세단이라며, 직접 비교할만한 경쟁 차종은 많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소비자 대상 시승은 오는 7월 19일부터 전국 17개 BYD 오토 전시장에서 가능하다. 다이내믹 AWD 모델은 현재 국내 인증 절차를 모두 마친 상태이며 후륜구동(RWD) 모델은 아직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저가 공세 배경엔 ‘중국 내 재고 위기’
BYD의 이례적인 저가 전략 뒤에는 중국 전기차 산업 전반이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현재 중국 내에는 350만 대가 넘는 자동차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이다. 내수 부진과 과잉 생산이 맞물리면서, 중국 업체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수출 길을 사실상 차단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유럽, 일본 등으로 공격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BYD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채택한 ‘초저가 전략’이 단순한 마케팅 차원을 넘어 구조조정이 필요한 중국 전기차 업계의 생존 전략임을 지적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에 BYD가 제시한 새 가격 기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도 이에 대응한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