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선 테슬라 추격, 국내선 감산
기대작 EV5 엇갈린 운명에 업계 긴장
글로벌 수요 둔화, 전략 분리로 돌파 시도
기아의 중형 전기 SUV ‘EV5’가 호주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생산 인력 감축에 들어가면서 업계에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아는 광주공장에서 EV5 생산에 투입될 인원을 당초 계획 대비 약 13% 줄이기로 했으며, 이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미국 시장 부진의 영향을 받은 조치다.
EV5, 기대 속 ‘브레이크’ 걸린 광주공장
기아는 광주공장에서 EV5 생산을 위한 조립라인 인력을 100명 이상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EV5 생산 인력의 약 13% 수준이다. 이 같은 조정은 전기차 시장 침체의 실질적 반영이라는 평가다.
EV5는 기아가 2023년 말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내놓은 모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현지에서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8천 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기아는 EV5의 주요 시장을 국내로 돌리고, 상품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될 EV5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디자인을 일부 조정하고, 배터리는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탑재한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500km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며 가격은 보조금 반영 전 기준으로 4천만 원대 초반에서 5천만 원 사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전체로 번지는 전기차 생산 위축
EV5 감산 조치는 기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 전체가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차 울산1공장 12라인은 2024년 들어서만 네 차례 가동을 중단했으며, 특히 아이오닉5와 코나EV 생산 라인은 6월 25일부터 사흘간 멈췄다. 업계는 이 같은 중단의 핵심 이유로 “판매될 물량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실제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도 눈에 띄게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3만 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6% 감소했고, 기아는 1만 3천 대로 53.8%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경쟁사의 가성비 모델 확대가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호주 시장에서의 반전… 전략적 분리로 돌파구 모색
이처럼 북미 시장에서 고전 중인 EV5지만, 호주 시장에서는 반전의 흐름이 포착되고 있다. 기아 EV5는 호주에서 테슬라 모델Y에 이어 전기차 판매 2위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아는 시장별 특성과 수요에 맞춘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EV5를 가족용 중형 SUV로 포지셔닝하며 실내 공간 확대와 고성능 배터리 탑재로 상품성을 높이고 있다.
호주에서는 경쟁 모델 대비 가격과 성능의 균형을 내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
광주공장에서 생산되는 EV5는 내수뿐 아니라 수출 물량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글로벌 수요가 회복된다면 EV5가 다시 주력 모델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EV5는 호주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감산과 인력 조정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시장별 상황 차이를 고려할 때 기아의 전략 분리 시도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V5의 향후 성과는 각 시장에서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