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917을 이은 도로 위 괴물
오직 한 대뿐인 포르쉐 헌정 하이퍼카

포르쉐가 만든 단 하나의 하이퍼카 ‘963 RSP’가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앞두고 공개됐다. 이 차량은 레이스 전용으로 설계된 963 LMDh 머신을 기반으로 하며,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특별 제작됐다.
전설의 모델 917을 현대 기술로 되살린 이 차량은 오직 한 대만 존재한다. 로저 펜스키에게 헌정된 포르쉐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다.
전설을 계승한 단 하나의 머신
포르쉐는 과거 루머로만 떠돌던 프로젝트의 실체를 르망 24시간 레이스 직전 공개했다.
차량의 이름은 ‘963 RSP’. IMSA와 WEC 시리즈에서 우승한 963 레이스카를 기반으로 하며 포르쉐의 전설적인 모델 ‘917’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과 설계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외관은 전통적인 마티니 실버 컬러로 마감됐고 카본과 케블라 복합소재 차체는 경량화를 극대화했다.
페인트 처리된 얇은 외판은 작업자들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전해졌다. 도어 힌지와 윙 연결부는 벨벳 블랙으로 마감했다. 후면에는 3D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 ‘963 RSP’ 로고가 부착됐다.
차량에는 18인치 OZ 레이싱 휠이 장착됐고 미쉐린 레인 타이어 측면에는 1970년대 스타일의 레터링이 새겨졌다. 디테일의 정교함은 기존 레이스카와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레이스카를 넘어선 도로 주행용 괴물
963 RSP의 실내에는 로시 백작의 917에서 착안한 고급스러운 연한 갈색 가죽과 알칸타라 소재가 실내 전반에 적용됐다.
일체형 카본 시트에는 패딩 처리가 되어 있으며 헤드레스트까지 안락한 주행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녹아 있다.

스티어링 휠은 가죽으로 감쌌으며 탈착 가능한 3D 프린팅 컵홀더, 헬멧 및 노트북, 탈착형 스티어링 휠을 보관할 수 있는 전용 공간도 마련됐다.
운전자 중심의 편의 기능은 일반 도로 주행을 염두에 둔 설계임을 드러낸다. 이 외에도 마티니 실버로 도색된 스냅온 공구 상자와 맞춤형 레이싱 헬멧도 포함돼 있다.
도로 주행을 위한 기술적 개조도 이루어졌다. 지상고를 높이고 멀티매틱 DSSV 댐퍼를 부드럽게 조정했으며 방향지시등과 도로용 헤드라이트를 위한 소프트웨어 조정이 반영됐다.
참고로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W’ 번호판을 달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공도 주행을 허가받았다.
하이브리드와 전설의 조화
파워트레인은 963 LMDh와 동일한 4.6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최고 출력은 680마력에 이른다. 이 엔진은 RS 스파이더 프로그램을 거쳐 하이브리드 슈퍼카 918 스파이더로 이어지는 계보를 지닌다.

800볼트 전압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1.35kWh 배터리를 통해 가속 시 30~50kW의 전력을 공급한다.
기계적 구조는 기존 레이스카와 거의 동일하지만, 도로 주행에 맞춰 MGU(모터 제너레이터 유닛)의 출력 특성이 조정됐다. 연료 역시 일반 주유소에서 공급 가능한 방식으로 설정됐다.
직접 이 차량을 몰아본 르망 3회 우승자 티모 베른하르트는 “917과 함께 공도를 달린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일반 963보다 훨씬 부드럽고 관대한 주행 감각이라고 밝혔다.
오직 한 대, 복제되지 않을 헌정의 상징
963 RSP는 포르쉐가 제작한 단 하나의 ‘원오프’ 모델이다. 스트라센버전이나 오마주 에디션이 아닌, 오직 로저 펜스키를 위한 헌정의 결과물이다.
이 차량은 포르쉐 북미 CEO 티모 레슈의 제안에서 시작됐으며 포르쉐와 팀 펜스키가 함께 이룬 챔피언십 성과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차량은 르망 24시간 레이스 기간 동안 서르키 드 라 사르트 서킷에서 전시된 후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포르쉐 박물관으로 이송된다. 7월에는 영국에서 열리는 굿우드 페스티벌에서 전설의 917과 나란히 전시될 예정이다.
포르쉐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 속의 레이싱 스피릿’을 구현하며 과거와 현재의 기술을 하나의 차체 안에 융합해냈다. 이 차량은 단순한 하이퍼카를 넘어, 브랜드의 유산과 혁신을 동시에 상징하는 존재로 기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