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9 판매량, 이례적 급감 왜?
딜러 재고는 전국 합쳐도 12대
연식변경 시기 겹친 공급 공백

기아의 대표 전기 SUV ‘EV9’이 미국 시장에서 지난 5월 전년 대비 98% 이상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례적 수치의 배경에는 수요 감소가 아닌 재고 부족과 연식 변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딜러점 재고는 전국적으로 손에 꼽을 만큼 줄었으며 2026년형 모델 출시를 앞둔 공급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
EV9 판매 98% 급감…“수요 아닌 재고 문제”
기아의 준대형 전기 SUV EV9은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단 37대만이 판매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판매량 2187대에 비해 98.3% 감소한 수치로, 미국 자동차 시장 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급락 사례다.
판매 부진의 원인을 두고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소비자 수요의 급감보다는 공급 부족에 주목했다.
실제로 미국 전역 약 800곳의 기아 딜러점에서 확보한 EV9의 재고는 채 12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는 소비자가 차량을 구매하고 싶어도 실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뜻한다.
기아는 현재 EV9의 2026년형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딜러점에 표시된 대부분의 재고는 아직 입고되지 않은 상태의 예약 물량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기존 모델의 공급은 급감하고, 신형 모델의 물량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아 판매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연기관은 판매 급증…전기차만 부진
이와 대조적으로 내연기관 차량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가솔린 세단 K5는 5월 한 달간 6957대가 판매되며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 역시 2만 895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036대보다 220% 급증했다.
미니밴 카니발도 5월 판매량이 6975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68% 늘었으며 SUV 스포티지와 텔루라이드도 안정적인 판매세를 유지하고 있다.
텔루라이드는 미국 내 1만 대가 넘는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공급 부족 없이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EV9의 판매 부진은 단일 모델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흐름이기도 하다. 미국 시장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차를 선호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EV9 회복 전략…가격 인하와 충전 편의성 강화
전기차 시장의 위축은 기아만의 문제는 아니다. 포드도 전기 트럭 ‘F-150 라이트닝’과 상용 모델 ‘E-트랜짓’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기아는 전기차 라인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전략 수립에 나섰다.
기아는 2026년형 EV9 모델의 출시와 함께 가격을 일부 조정했다. 또한 테슬라의 충전 규격인 NACS 포트를 채택해, 테슬라 슈퍼차저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EV9의 98% 판매 감소라는 숫자 뒤에는 단순한 수요 위축이 아닌, 복잡하게 얽힌 재고 문제와 모델 전환 시기의 타이밍이 자리잡고 있었다. 전기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아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