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과 비교해 3분의 1로 급감
신차 부재, 대형차 쏠림이 원인
경차 시장의 생존이 위태롭다

국내 경차 시장이 15년 만에 판매량 기준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다.
2022년 캐스퍼가 등장하며 반짝 반등했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곧 다시 멀어졌다. 수치로 확인된 급격한 하락세, 완성차 업계의 전략 변화, 경차 신차 부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은 뚜렷한 침체 국면에 빠졌다.
경차 판매, 15년 만에 3분의 1로 추락
올해 경차 시장의 하락세는 통계로 명확히 드러난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6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 경차 신규 등록 대수는 5626대로, 전년 동기 대비 37.4% 감소했다.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3만 8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4만 6517대)보다 33.8% 줄어든 수치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경차 연간 판매량은 7만 대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24년 등록 대수는 9만 9211대로 전년 대비 20.0% 감소했으며 이는 2021년의 9만 8781대보다도 낮은 수치다.
경차 판매는 2012년 21만 6221대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고, 2022년 현대차 캐스퍼 출시로 한때 13만 4294대까지 회복했지만 이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형차 쏠림과 신차 실종
경차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가 지목된다.

자동차 업계는 대형화, 고급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레저용 차량(RV) 수요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경차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차가 과거처럼 경제적인 차량으로 각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종의 선택지도 제한적이다. 쉐보레 스파크 단종 이후 국내 경차 모델은 기아 모닝, 레이, 레이EV, 현대 캐스퍼 정도로 매우 좁아졌다. 이 중 캐스퍼EV는 차체 크기 때문에 경차로 분류되지 않아 공식 등록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의 전략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경차보다 중대형 차량 생산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경차는 기업 전략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모습이다.

해외는 전기·하이브리드 경차 확대… 국내는 정체
이와 대조적으로 해외에서는 경차 시장 확대 움직임이 감지된다. 일본 토요타는 ‘아이고X’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유럽 경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경차라는 새로운 시도로 시장을 넓히는 모습이다.

반면 국내는 신차 부재가 뚜렷하다. 2023년 출시된 레이EV 이후 별다른 신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으며, 기존 모델 역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전반적인 차량 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대형차 선호가 뚜렷해지면서 경차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차별화된 신차가 등장하지 않는 한 경차 시장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차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무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시장은 더 이상 그 장점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경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