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출시 철회에도 번호판 단 차량
‘이쿼녹스 EV’ 국내 도로서 잇따라 포착
소비자 기대감과 한국GM 전략 재조명

출시가 무산된 줄로만 알았던 쉐보레 전기 SUV ‘이쿼녹스 EV’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정식 번호판을 단 채 주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전기차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한국GM의 전기차 전략에 또 한 번 의문부호를 던지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출시 철회’에도 번호판 달고 등장
지난해 한국GM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이쿼녹스 EV를 포함한 전기차 4종의 국내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끝에 이쿼녹스 EV의 출시가 철회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환경부 인증까지 마쳤지만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 채널 ‘숏카’를 통해 공개된 영상 속엔 서울 시내를 달리는 흰색 쉐보레 SUV가 등장했다. 이 차량은 전기차 번호판을 부착한 정식 등록 차량으로, 외관 디자인도 기존 쉐보레 모델과는 확연히 달랐다.
이를 본 소비자들은 “시승차인가?”, “법인용 차량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정식 수입?”이라는 등 다양한 추측을 쏟아냈다.
포착된 상황과 차량의 상태는 단순 테스트차로 보기에는 이례적인 점이 많았다. 출시 철회를 선언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시내 주행 중인 차량이 등장하자, 전략 변경 가능성을 점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북미서 ‘가성비 SUV’로 주목
이쿼녹스 EV는 2023년 북미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쉐보레의 전기 SUV다. 전장 4836mm에 휠베이스 2954mm로, 차체 크기만 보면 현대 싼타페와 비슷하며 아이오닉 5보다는 한 체급 위 모델로 분류된다.

실내에는 11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7.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가 장착돼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의 85kWh NCM 배터리를 탑재해 EPA 기준으로 약 513km를 주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차량이 북미 시장에서 주목받은 이유는 가격 경쟁력이다. 기본 모델 기준 3만 3600달러(한화 약 4600만 원)로, 이는 아이오닉 5보다 약 8천 달러(약 1090만 원)가량 저렴하다.
이러한 구성 덕분에 국내 출시 시 ‘가성비 전기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컸지만, 정작 출시 철회는 아쉬움을 남긴 결정이었다.
흔들리는 내수… 다시 부상한 전기차 전략
이쿼녹스 EV의 등장 시점은 한국GM의 내수 부진과 겹쳐 있다. 올해 5월 한국GM은 총 5만 29대 판매를 기록했지만, 국내 판매는 1408대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9.8%나 감소한 수치로, 여전히 내수 시장에서 고전 중임을 보여준다.

내수 실적 중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1122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체 실적은 트랙스 크로스오버(3만 2232대)와 트레일블레이저(1만 6389대) 중심의 수출 성과에 힘입은 결과였다.
이에 대해 구스타보 콜로시 한국GM 부사장은 “두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내수 확대를 위한 혜택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식 등록된 이쿼녹스 EV가 국내 도로에서 목격되면서, 단순 해프닝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출시 무산 이후에도 차량이 실제 주행 중이라면, GM의 전략이 바뀐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GM이 전기차 전략의 방향을 다시 점검 중인지, 아니면 제한된 범위의 예외적 사례에 불과한지는 현재로선 확인되지 않았다.
오천만~육천만원의 가격이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